작성일 : 09-06-15 13:44
이은미 "음악인생 20년, 매일 치열했다"
 글쓴이 : 최고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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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미 "음악인생 20년, 매일 치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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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일상과 손잡은 미니음반 내고 전국투어 

20여년 전 이은미(43)는 '신촌에서 정말 노래 잘하는 애'였다. 소문을 듣고 이은미를 찾아간 사람은 신촌블루스의 엄인호. LP판을 모으며 음악 듣기를 좋아했던 이은미는 1989년 한영애, 정서용이 거쳐간 신촌블루스 3집에 객원 보컬로 참여하며 뜻하지 않게 가수가 됐다.

솔로 데뷔는 1992년 '기억 속으로'가 담긴 1집 때지만 그의 음악인생은 올해로 20년이다. 그는 '애인있어요'를 작곡한 윤일상이 프로듀싱한 미니음반 '소리 위를 걷다'를 내고 18일 부산을 시작으로 전국투어를 시작했다.

21일 만난 이은미는 부산 공연을 마친 후 해인사 현웅 스님에게 새 음반을 선물하고 밤 늦게 와 여독이 풀리지 않았다면서도 표정이 밝았다. 삐죽삐죽 펑키한 스타일의 머리도 변함없다. 모공과 주름이 고스란히 보이는 음반 재킷은 솔직한 성격을 드러낸다.

"한 달 전부터 나트륨 없는 식사를 해요. 그간 제 몸을 너무 안 돌봐 호르몬 조절도 안되고 체질이 변했나봐요. 몸에 열이 많아져 자다 이불을 차버리는데 어느 순간 손발이 시려요. 수면 양말을 안 신으면 잠을 못 자죠. 39살부터 컨디션 업ㆍ다운이 심해 요즘 제 몸과 정신을 정화하는 작업하고 있어요."

설명처럼 '맨발의 디바'로 불린 그의 노래 인생은 매일 매일 치열했다. 스스로 재능이 뛰어나다고 생각한 적이 없어 부딪히고 망가지고 깨지며 음악을 얻었다. 애착이 큰 만큼 반성도 컸고 기쁜 만큼 많이 아팠다. 5년 전에는 우울증을 앓았고 2005년 '애인있어요'가 담긴 6집을 내기 전 몸과 마음이 망가져 음악을 그만둘 생각도 했다. 일부러 의식을 안하고 살았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몸이 나이들어간다는 것을 느낀다고.

그는 "몸을 돌볼 겨를도 없이 음악이 미치게 즐거웠다"고 하지만 '기억 속으로', '어떤 그리움' 등 대중에게 사랑받은 그의 노래들은 가슴을 후비며 슬펐다. '애인있어요'가 고(故) 최진실의 유작인 MBC TV '내 생애 마지막 스캔들'에 삽입되며 사람들의 마음속에 오래 남은 것도 그런 이유다. 그는 자신의 목소리가 갖는 특정한 주파수가 슬픈 노랫말과 어울리는 것 같다고 풀이했다.

"20년간 노래한 사람 치고 히트곡이 적어요. 제 고집대로 음악을 해 대중과 친해지지 못했으니 대중 음악가로는 '빵점'이죠. 그럼에도 '20년간 노래한 원동력이 뭘까' 생각해봤죠. 그 에너지는 제 음반을 사고 공연 티켓을 매진시켜주는 분들이었어요. 그걸로 먹고 살았으니까요."

보답으로 대중이 큰 사랑을 준 좋은 발라드 음악을 선물하겠다고 마음먹었고, 그 감성을 잘 끌어내 줄 윤일상과 손잡았다.

타이틀곡 '헤어지는 중입니다'와 수록곡 '결혼 안 하길 잘했지..', '꽃' 등은 이은미와 함께 나이 들어가는 팬들이 즐길 음악이다. 그는 솔로 데뷔 때부터 어덜트 컨템퍼러리 음악을 하고 싶었던 만큼, 10대 취향의 아이돌 음악, 트로트 음악이 대세인 시장에서 성인들이 편하게 감상하고 흥얼거릴 노래에 시선을 고정시켰다. 이번에는 자신이 생각하고 표현하고 꿈꾸고 싶은 음악적 표현을 배제한 음반이라는 단서도 달았다.

'결혼 안 하길 잘했지..'에는 양악기와 소리 성분이 다른 가야금, 해금 소리가 세련되게 가미됐다. '사는 게 뭐 별거 있나'라는 가사로 시작되는 '타임 앤드 라이프(Time and Life)'는 보사노바와 재즈 리듬이 조화를 이뤘다. 자신이 처음 음반을 제작해 준 후배가수 유해인이 쓴 '오래된 기억'도 실었다.

소리에 예민해 사운드에 정성을 들인다는 그는 6집 이후 사운드의 개념이 점점 뚜렷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음악은 소리로 전달하는 예술이어서 사운드가 중요하죠. 사람들은 훌륭한 보컬리스트가 되는 방법을 묻는데 귀가 좋아야 해요. 소리를 전달하는 사람이 소리에 대한 개념이 없으면 문제죠. 그래서 더 치열하게 제가 꿈꾸는 사운드를 만들려고 애써요. 제가 가끔 술 마시면서 친구들에게 말하는데 아날로그 방식으로 녹음할 때 사포처럼 사각거리는 질감이 정말 좋아요."

그는 이토록 공들인 음반이 인터넷에서 불법 유통되는 현실을 개탄하면서도, 녹음실에서 몇 날 며칠 밤새운 노력을 대중이 알아주기를 바라지도 않았다. 음반 작업 때의 압박과 무대에 설 때의 긴장감을 견디지 못하면 소리 위를 제대로 걷지 못한다고도 말했다.

"새로운 걸 만들어내고 무한 책임을 지는 게 쉬운 일은 아니죠. 우리는 정답이 없는 직업이잖아요. 정답에 가까운 답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문제를 풀고 지우죠. 쉽지 않겠지만 조금 더 여유롭게 음악을 즐기려고 노력해요."

그는 '맨발의 디바'라는 타이틀로 여자 이은미의 삶에 남은 것이 없지만 지금은 조화를 이뤄나가는 과정이라고도 털어놓았다.

"'맨발의 디바'라는 타이틀이 부담스럽기도 했죠. 하지만 전 세계 어느 나라에도 이런 별명을 가진 가수는 저밖에 없을걸요. 이미지가 규정되는 건 싫지만 이제는 훈장처럼 여겨요. 가수 이은미로 살았으니 요즘은 여자 이은미에게도 상을 주려고 해요. 하고 싶은 걸 배우는거죠. 암벽등반을 배우려고 장비를 모두 샀는데 음악하느라 아직 실내 연습장 한번 못 나갔네요. 하하."

그는 부산 공연에 이어 5월17일 대구, 5월23일 창원 등지를 돌며 전국투어를 이어가며 늦가을께 새 미니음반을 낼 예정이다.